2009년 6월 22일부터 7월 21일까지 진행되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교육을 목적(?)으로 '안보신권'의 내용을 알려주면서 퀴즈를 풀면 화려한(!) 경품을 주는 것이다. 이벤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안보신권을 연마하는 이벤트와 판문점을 가지고 삼행시를 지어 판문점 견학을 가는 이벤트가 있다.
두 가지 이벤트 중 안보신권을 연마하는 이벤트는 국가정보원의 구시대적인 발상과 함께 현 시점에서의 안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안보신권은 좌익사범과 간첩에 대한 식별과 신고 절차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안보신권 제 1장은 간첩 및 좌익사범의 행동적 특징에 대해 서술되어있다.
국정원에서 밝히는 대표적인 간첩 및 좌익사범의 행동적 특징은
1. PC방 등지의 외진 구석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불순내용을 게제, 전파하고 PC작업 후 황급히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
- 등지고 PC로 작업하는 모습
2. 남북경협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을 구실로 통일운동을 하자며 은밀히 접근하여 북한을 찬양 및 미화하는 사람
- 손을 얼굴에 대고 은밀하게 말 거는 사람
3. 반미, 반정부 집회에서 유언비어을 퍼뜨리고 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사람
- 막대기를 들고 시위하는 사람
4. 김일성 부자 등을 게임 케릭터 등에 사용하면서 찬양하는 사람
- 김일성 love가 쓰여진 피켓을 든 사람
5. 군사, 산업시 등을 촬영하거나 경비실태를 탐문하는 사람 - 카메라를 가지고 몰래 찍는 모습
이다.
과연 국정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러한 내용을 제시했는지 의문이 든다.
PC방 등지의 외진 구석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불순내용을 게제, 전파한다는 부분에서 불순내용이란 어떤 내용을 가리키며 단순히 PC방 내 외진 구석에서라는 조건으로 간첩이나 좌익사범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2번 항목에서 행동적 특징은 문제가 없을지는 몰라도 플래시에 제시해 놓은 캐릭터 특징은 손을 얼굴에 대고 은밀하게 말 거는 사람이라고 서술되어있다. 당황스럽다.
또한 반미, 반정부 집회에 참여하는 것, 폭력시위 조장이 좌익사범이나 간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며 반미, 반정부 집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반정부 집회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집회 및 시위는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 외에도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사람이나 군사, 산업시설을 촬영하는 사람 등, 과연 지금 현 사회와 이러한 내용이 잘 맞는지 의문이 든다.
안보 신권 2장에서는 민간인과 간첩 및 좌익사범을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첫번 째 장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어보인다. 아무리 간단히 이루어지는 교육이라지만 저런 그림을 두고서 현실의 안보를 배우라는 것은 단순히 이벤트성의 전시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구별하는 방법에서 북한사상과 관련된 책을 갖고 다니는 것 또한 간첩이나 좌익사범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칼 마라크스의 공산주의 선언이나 여타 사회주의와 관련된 도서들, 북한 주체사상에 관련된 도서들을 소지하거나 읽는 것조차 간첩으로 점 찍겠다는 것인가. 도서관이나 서점에 널려있고 수업에 조차 쓰이는 데 말이다.
안보 신권 3장에서는 신고 방법에 대해 간략히 나와있다.
이상 국정원에서 진행하는 이번 이벤트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장 먼저 국가 안보 자체를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홍보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국정원 정보 포탈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간첩이나 좌익 사범 구별법에서 하필 현실과 맞지 않는 항목을 대표적으로 제시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그러한 항목들에서 나타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지난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를 지정했을 때나, 현 국정원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하는 것이나,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시대는 앞으로 흘러가는데 다양한, 그리고 중요한 정책들은 우리의 뒤를 향하고 있다. 과연 국정원에서 이 이벤트를 기획한 의도가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은 국정원에 대해 불신감만 든다.
국가 안보는 한 국가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안보를 이용해 어떠한 이익을 달성한다던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다른 억압을 시행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또한, 그 시대에 알맞는 안보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우리의 국가 안보가 진정한 안보가 아닌 세력갈등을 조장하고 보수를 대변하는 일부 집단의 잘못된 안보만 될 뿐이다.
이번 국정원 이벤트는 우리 안보가 시대에 흐름에 따라서 발을 맞춰가야하는 안보 의식이 아직도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문제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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